북쪽으로~ 북쪽으로~
한국어로 북, 혹은 북쪽은 조심해서 써야 하는 단어다.
외국인에게 그 이유를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 줘도 한국인이 그 단어에 느끼는 복잡한 감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거다.
아주 엿되는 수가 있다는 건 더더욱 이해 못할 거다. ㅋㅋ
까리문자와에 있긴 있다고 들었던 공항이다. 아니, 활주로다.
고급 리조트와 연계되어 스마랑에서 경비행기로 오는 항공편이 있다고 들었다.
역시 돈은 이래저래 꽤 유용한 물건이다.
드디어 북쪽 끝 마을 바뚜 라왕 Batu Lawang 에 도착
하지만 끝 바다는 볼 수 없었다.
입장료 내고 들어가서 뭣 빠지게 걸어가야 한다나.
미련 없이 스쿠터를 돌렸다.
바뚜 라왕 마을엔 이런 구조의 집들이 많이 눈에 띄였다.
이 지역 전통가옥 구조인듯.
가축을 키워서 그런가 보다.
이렇게 닭들도 돌아 다니고...
염소들도 돌아 다닌다.
시간이 좀 남길레 섬 북서부 쪽으로 가 봤다.
완전 시골인듯 길도 심상치 않다.
한적한 어촌이 나온다.
생선 말리는 곳이 늘어서 있는데,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내친김에 더 들어가 봤다.
지도상에는 길도 표시되지 않은 곳이다.
이쯤 들어가자 마을 사람들이 신기한 눈으로 나를 보기 시작한다.
더 들어가야 하나 망설여질 만큼 외지다.
사진 속 끄트머리 즈음에 드디어 길이 끊겼다.
그냥 숲이다.
다시 돌아 나오는 길
오는 길에 공항에서 잠시 쉬면서 둘러 봤다.
여기까지 어슬렁 어슬렁 걸어 들어가도 누구 하나 제지하는 사람 없다.
이렇게 멀리까지 탁 트인 곳을 보면 호연지기가 발동하는지 오줌이 마렵다.
저 끝까지 퐈이야~~~ ㅋㅋ
까리문자와 읍내에서도 가장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운동장이다.
하늘색 건물 뒤편이 각종 투어 배들이 모여있는 부두다.
은행 ATM도 여기에 있다.
인니 전역에 가장 지점이 널리 분포한 곳을 꼽자면 BRI (Bank Rakyat Indonesia 인니서민은행)과 BNI (Bank Negara Indonesia 인니국가은행)이다.
둘 다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내 경험상으로는 시골일수록 BRI가 더 많이 보였다.
읍내 중심부 운동장 근처에 현대식 건물의 시장도 있다.
시장 복닥거리는 거 별로 안좋아하는 관계로 패스~
탁 트인 경치에 선셋뷰가 가장 좋다는 읍내 뒷동산 언덕으로 가는 길
따로 표지판이 없고 비포장의 작은 길이라 찾기 약간 어렵다.
보기엔 도보로만 올라가야 할 길 같지만, 오토바이 타고 올라가도 된다.
인니는 '자기가 갈 수 있다면' 거의 모든 길을 오토바이로 갈 수 있다.
딱히 이런 길을 뭘 굳이 오토바이로 왔냐고 타박하는 사람 없다.
알아서 할 일이다. 책임도 알아서~
까리문자와에 며칠 있을지는 도착해서 둘러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배편이 매일 있는게 아니다 보니, 하루씩 연장하기 애매하다.
까리문자와에서 뭍으로 나가는 배편은 월수토일이다.
오늘은 월요일이니 수요일에 나가지 않으면 천상 토요일에 나가야 한다.
좋은 곳이지만 5박6일을 있기엔, 일행이 있었다면 모를까 혼자 있기엔 너무 심심하다.
갑자기 외로움이 울컥 올라왔다!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 하면서도, 결국 사람들이 적당히 북적거리는 중에 옆으로 한발짝 살짝 벗어나 혼자 있는게 좋았던 거다.
이쯤에서 까리문자와 일정을 결정했다.
오랜 시간 끝에 어렵게 어렵게 마침내 왔기에 아쉽지만, 2박3일로 수요일에 나가기로 했다.
한번 와봤으니 다시 올 때는 좋은 일행과 같이 오면 될 일이다.
내일은 섬투어를 해야 하니 천상 롸이딩은 오늘 밖에 시간이 없다.
언덕 선셋은 포기하고 까리문자와 남동부 지역을 돌아 보기로 했다.
남동부 언덕에 있던 방갈로식 숙소 선라이즈 뷰 빌리지 Sunrise View Village
한적하긴 한데, 좀 애매해 보였다.
경치가 완전히 탁 트여서 좋은 것도 아니고, 마을에서 좀 떨어져서 외진 곳에 있다.
아스팔트 포장 도로가 끝나고 보도블럭으로 꼼꼼하게 잘 깔린 길이 이어졌다.
바다가 쫙~
한적하고 경치도 좋은데, 지나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좀 불안하기도 하다.
숨은 해변 중 하나
저녁이 거의 다 되어서 사람도 별로 없는듯.
보도블럭이 하도 정성들여 잘 깔려 있어서 끝에 고급 리조트라도 있나 했는데, 이렇게 뜬금없이 비포장길로 이어진다.
더 들어갈까 망설이다 시간이 오후 5시 반이라 돌아섰다.
6시에서 조금만 지나면 금새 어두워지는데, 지금껏 온 길이 너무 외지고 가로등도, 인가도 없어서 위험할 것 같다.
페리 항구에 서서 해가 지는 걸 봤다.
섬에서 가장 북적거리는 곳은 항구 근처인게 보통이지만, 이 곳은 기껏해야 페리가 하루에 한번 오거나 않오거나 해서 그런지, 그 때를 제외하면 하루종일 한가한 곳이다.
페리 항구 앞에 있는 까리문자와에서 그나마 가게 같아 보이는 가게
둘이 사이좋게 마주보고 있는데, 경쟁관계가 아니라 서로 취급하는 물건이 약간 다르다.
윗사진 가게는 주로 잡화를, 밑사진 가게는 주로 먹거리를 취급한다.
이곳과 중심부 운동장 근처를 제외하면, 구멍가게라고 하기에도 너무 작은 조그만 가게들 밖에 없다.
해 떨어지자 깜깜해진다.
다니는 사람들도 뜸하다.
하지만 읍내 지역 내라면 여기저기 다니기에 전혀 위험하지 않게 느껴졌다.
폐쇄적인 섬이다 보니, 오토바이 마구라 개조해서 굉음 울리고 다니는 양아치도 없는 모양이다.
하긴, 시끄럽다고 쫓아오면 어디로 튀겠나. ㅋㅋ
숙소 관리인 청년에게 내일 섬투어 연결을 부탁했다.
날 숙소로 데려다 준 사람과 먼저 얘기해 봐야 한다며 전화해 보는데, 받지 않는다.
어디 있는지 아니까 이따 가서 만나 볼테니 밥이나 먹고 오랜다.
아모르 레스토랑에 앉아 느긋하게 밤바다 경치를 즐기...기엔 깜깜해서 뭐 경치를 즐길건 없다.
그저 한적한 분위기를 누릴 뿐이다.
일상 생활 중이라면 심심할 거다.
컴퓨터든, TV든, 놀러 나가든, '어쨋든 뭐든' 하려고 할 거다.
하루하루 계속 되는 일상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심심함이다.
하지만 여행 중이라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여행 하고 있는 중'이니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건, 여행 중에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