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

[공급자 위주의 인니 서비스 문화] 15. 거부하지 않을 시 강제 가입

명랑쾌활 2021. 8. 19. 10:26

퍼스트 미디어라는 인터넷 회선 공급 업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평균 인터넷 속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인 주제에 요금은 월 50만 루피아(약 4만원)입니다만,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죠.

그나마 다른 업체들에 비해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이라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사용합니다.

 

요금 고지서 발송하지 않는 관행은 인니에서는 당연한 일이니 딱히 단점이랄 것도 없습니다.

국가에서 청구하는 세금조차도 통보가 없어서 국민들이 알아서 챙기고 관할 관청 가서 납부해야 하는데, 사기업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가격 인상도 아무런 통보도, 동의 확인도 없습니다.

어느 날 납부하러 갔더니 5만 루피아가 올랐더군요.

저도 컴플레인 안합니다.

수차례 언급했듯, 인니는 원래 문화 자체가 고객 컴플레인 시스템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요.

컴플레인 해봐야 "그럼 해지하시겠습니까?" 이딴 대답이나 해서 더 열받게 할텐데, 소용없는 짓으로 공연히 감정 낭비할 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 열받으면 컴플레인을 할 게 아니라, 다른 업체 써야죠.

그래서 통보도 없이 올린 요금 그대로 받아들여, 1년 넘게 따박따박 납부하며 쓰고 있습니다.

'한국은 안그런데 여긴 왜 그러냐'고 따지는 거 만큼 바보같은 짓도 없으니까요.

 

10년을 살았으니 이제 어지간한 황당한 일에 무덤덤할만도 한데, 인니는 항상 예상을 뛰어 넘는 감동을 주곤 합니다.

최근 SNS를 통해, 퍼스트 미디어가 올림픽 중계 방송 특별 패키지를 '강매'한다는 이슈를 접했습니다.

 

 

요런 이메일이 날라왔다네요.

 

내용은...

- 코로나 시국을 맞아 도쿄 올림픽이 개최된다.

- 퍼스트 미디어는 올림픽 중계 방송을 볼 수 있는 퍼스트 스포츠 팩 상품을 제공한다.

- 올림픽 외에도 NBA, UEFA 등도 볼 수 있다.

- 월 2만5천 루피아다.

대강 이렇습니다.

 

그냥 광고 메일인가 싶겠지만,

- 만약 퍼스트 스포츠 팩 상품을 '원하지 않는다면' 아래(빨간색)를 클릭하시오

이 부분이 문제입니다.

빨간색 칸에는 '나는 퍼스트 스포츠 팩이 필요없습니다'라고 쓰여 있고요.

'원한다면'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다면'이라니...

거부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면 자동으로 가입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미친... ㅋㅋ

 

아무리 공급자 위주의 서비스 후진국이라지만 엄연히 상거래 법이 있는데, 나름 대형 기업이 이런 강매 행위를 할까 싶었습니다.

너무 황당한 일이라 믿기가 힘들더군요.

그래서 어디 두고 보자는 생각으로 내비뒀는데, 8월 요금 납부 때 정말로 청구액에 2만5천 루피가 추가됐더만요.

혹시나 바빠서 이메일 확인 못하는 고객이 있을까 알아서 가입시켜주는 배려를 하다니, 아유 이런 아름다운 씨발놈들 사려 깊은 녀석들. ㅋㅋ

 

적응할만 하면 이런 따듯한 짓거리로 사람을 감탄시키니 인니 살이가 재미없을 수가 없네요.

이런 경험이 계속 쌓이다 보니 어지간한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져도 인니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멘탈이 점점 강화됩니다.

후진국이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니라,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후진국 소리를 듣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뭐 살기로 했으니 감수해야겠지만요.

 

 

* 한 달 뒤 추가사항

납부 후, 확인 메일을 보냈습니다.

한 달만 적용되는 거냐, 계속 적용하는 건 원치 않는다, 올림픽 보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스포츠팩 필요 없다... 뭐 그런 내용으로요.

한 달만 적용되는 거고 추가 청구 없다는 답장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다음달에도 여전히 추가 청구 금액이 붙었더군요. ㅋㅋㅋㅋㅋ

인니가 다 그렇죠 뭐. (이런 일반화에 대해서는 현지인들도 딱히 아니라고는 못합니다. ㅋㅋ)

한국 같으면 회사 찾아가서 멱살잡이를 할 일이지만 (애초에 이런 일 거의 없죠) 뭐 방법있겠어요?

추가 청구 안할 때까지 계속 이메일 보내는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