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부터 자국민도 입국 시 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한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 동안은 자국민에 한해서 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됐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진즉부터 국내선 이용 시에도 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한 인니지만, 한국인이 한국행 비행기를 탈 경우에는 오히려 음성확인서 제출할 필요 없이 그냥 탑승해도 됐습니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당연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권자인 국민이 자국에 입국하겠다는데 어떠한 제한 조건도 달아서는 안되니까요.
또한, 열악한 해외 의료 상황에서 사각으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암묵적인 목적도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는 거의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걸리면 버텨서 살아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인 게 해외 교민들이 처한 상황입니다.
자국민 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건 어느 나라든 당연하고,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외국인이니까요.
걸린 거 같다 싶으면 해열제 잔뜩 때려 먹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라는 건 교민들 사이에 공공연히 주고받는 이야기입니다.
폐를 끼치는 셈이지만 어떻게든 살려고 가는 겁니다.
('나라에 폐 끼치지 말고, 거기서 죽든 살든 알아서 하라'는 생각을 가진 한국인들도 당연히 있겠지만, 그 부분은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이제 자국민도 입국시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라는 발표가 나온 겁니다.
다행히도, 음성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을 시에는 입국 거부를 하는 건 아니고, 무조건 자가 부담으로 정부 지정 격리소에서 격리 2주를 해야한다고 합니다.
예전엔 자택 자가격리를 해도 됐는데, 이제는 안된다는 거지요.
여기까지는 납득할 수 있습니다.
'일단 입국하고 나서는' 국민으로서 정부의 방역 정책에 따를 의무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만약 한국 국적 항공사가 위의 의무 제출 정책을 근거로 한국인에게 한국행 비행기 탑승 전에 음성확인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면 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입국 루트를 봉쇄함으로써 사실상 자국민의 입국을 제한하는 셈이 됩니다.
현 정권의 도덕성에 심각한 흠이 될 겁니다.
코로나 사태 초기 벳남 정부가 국가 봉쇄를 하면서 자국민들만 탑승항 항공기까지 입국 불허를 하는 바람에 벳남인들이 인천 공항에서 오도가도 못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공산당이 국민보다 우선하는 독재 국가답다고 비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제 비웃을 자격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과연 한국 국적 항공사가 한국행 비행기 탑승하려는 자국민에게 음성확인서 제출을 요구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코로나가 많은 걸 바꿨는데, 이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까지 던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