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서식기에 한 번 언급했었던 듯한 일입니다.
2009년 9월에 Tasikmalaya라는 지역에 지진이 발생하여, 많은 재산인명 피해가 있었습니다.
BIPA의 학생들도 얼마간 돈을 걷어서 성금으로 전달하기도 했죠.
그 얼마 후, 자카르타 시내에 약속이 있어서 택시를 타고 나가는데, 가는 길에 있는 Pancasila 대학 근처에서 극심한 정체를 겪었습니다.
1km 정도 거리를 거의 한 시간 걸려서 통과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정체의 원인은 Pancasila 대학 앞에서 대학생들이 3차선 도로 중 1개 차선을 드럼통으로 막아 인위적으로 병목 지점을 만들고, 지진 구호 성금을 걷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기들이 굉장히 선하고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듯 고무된 표정으로 잠자리채를 차에 들이미는 대학생들의 표정과, 그럼에도 아무도 화를 내지 않고 정체를 묵묵히 참는 운전자들의 반응이 참 인상 깊었죠.
그 뒤로도 그 비슷한 일은 드물지 않았고, 이젠 문화가 달라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여전합니다.
회사 가는 길에 이슬람 회당 건축 비용 기부를 받기 위해 동네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병목 지점
남에게 피해를 끼침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이들의 태도를, 전 아마도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이들도 평생 이해하지 못하겠죠.
밥 사달라고 한 적 없는데 자기가 밥 쏜다고 데려가고서는, 나중에 " 내가 서너번 쐈으면 너도 최소한 한 번은 쏴야 하는거 아니냐. 경우가 없다." 라고 안좋게 보는 한국 사회의 문화를.
가치관이 다르거든요.
현상이 있으면 원인이 있는 법입니다.
가치관이라는 것, 관습이라는 것이 한 두 가지 이유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이렇지 않을까 생각한 부분이 있습니다.
1. 이들은 자기 마을의 공공도로를 자기 마을의 소유의 공동재산으로 여기는 듯 합니다.
자기 마을의 도로를 마을 사람들이 막는 것이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생소한 일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해를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은 마을에 들이지 않거나 배척하기 위해 물리력도 불사하던 일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있었습니다.
2. 알라의 이름으로 하는 행위는 모든 규칙의 상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대게 저런 모금은 동네 이슬람 회당 건축할 때 진행합니다.
그 외에도 다른 이유가 더 있겠지만, 일단 지금까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어느덧 저도 저런 부분에 대해 화가 나거나 하지 않습니다.
제게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사는게 편해졌습니다.
인간은 역시, 자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적응, 혹은 진화를 하는군요.
아, 저기 지나칠 때마다 시간대 별로 잠자리채 들고 서있는 멤버들이 다릅니다.
아줌마들, 할아버지들, 남자애들, 소녀들, 할머니들...
마을에서 돌아가면서 하나 봅니다.
보통 같은 또래들이 하더군요.
강제성이 있는 것인지, 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으로 그 일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