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Flores Indonesia] 5/18. Pink Beach & Pulau Rinca (코모도 드래곤)

명랑쾌활 2019. 8. 21. 15:22

다음 코스는 핑크 비치 Pink Beach 인데...


30여 분을 달려, 조그마한 섬 해변에 도착했다.

전체 길이가 50m나 될까 싶다.

그 유명한 핑크 비치라고 하기엔 엄청 소박한 곳이다.


나중에 지도 찾아 보니, 스라이 Serai 라는 이름의 섬이다.


일행 중 하나가 여긴 핑크 비치가 아니지 않냐고 물으니, 가이드는 "지금 핑크 비치 상태가 안좋다. 여기도 핑크색 비치이고, 좋은 곳이다."라고 한다.

흐흠... 과연...?


물이 어어엄청 맑다.


핑크색 해변이 맞긴 하다.

모래에 붉은 산호의 가루가 섞여서 이런 색을 띠는 거다.


<https://choon666.tistory.com/618>

예전 롬복 남동부 에까스 Ekas Lombok 지역 여행 때 가봤던 핑크 비치라고 '이름 붙인 곳'과 정말 비교 된다.

심지어 여긴 입장료와 주차료까지 받았다. ㅋㅋ


모래사장이 분홍색인 것보다도, 바닷물이 계곡물처럼 맑았던 것보다도, 멋진 자연 경관보다도, 가장 좋았던 건 바닷물이 신기하게도 온도가 낮아서 정말 시원했던 거였다.

원래는 미지근한데 날씨가 워낙 상대적으로 시원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정말로' 온도가 낮았다.

배에서 내리느라 발목만 바다에 빠졌는데도 이미 '어, 물이 차다!?'하고 느낄 정도였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니 빠다르 섬 등산하느라 올랐던 체온이 쑥 내려간다.

수영이고 뭐고, 물안경과 스노클을 끼고 엎드려서 둥실둥실 떠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가만히 있으면 점점 바다 깊은 쪽으로 떠내려 가는데, 그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없이 서려고 했다가 발이 바닥에 안닿아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바닥이 모래로만 되어 있어서 원근감을 느낄 만한 물체가 없는데다, 물이 워낙 맑아서 바닥이 뚜렷하게 보이니 가까이에 있다고 착각한 거다.


한 5분 가량 몸을 담그고 있었더니 체온이 식다 못해 슬슬 한기가 들려고 한다.

한결 상쾌해진 컨디션으로 다시 배에 올랐다.

그래서 일부러 빠다르 섬 다음 코스로 수영을 넣었나 보다.

좋은 구성이다.


다른 일행들은 아직도 수영하느라 신났다.

나야 그냥 둥실둥실 떠있었으니 추위가 금방 든 거고, 저 사람들은 부지런히 버르적 거렸으니 아직 괜찮을 거다.

11시 좀 넘었는데 출출하다.

허기를 느낀 김에 다른 일행들 기다리는 사이에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어차피 따로 점심시간은 없는데, 달리는 배의 엄청난 소음과 출렁거림 속에서 먹는 것보다 이참에 먹는 게 훨씬 낫다.


따로 점심 시간이 숙소에서 싸준 점심 도시락


소박하지만 깔끔한 메뉴 구성이다.

삼발이 정말 맛있었다.

배고픈 중에 밥에 삼발을 비벼 먹으니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다.


다른 일행들도 하나 둘 올라와 내가 밥 먹는 걸 보더니 시장함을 느꼈는지, 각자 싸온 도시락을 먹는다.

제각각 다른 경로로 투어를 예약했기 때문에 도시락도 각양각색이다.


11시 30분 경, 다음 코스로 출발했다.


바다 표면이 좀 심상치 않아 보이는 곳을 피해서 배를 몬다.

선장에게 물어보니, 물속에서 방향이 다른 해류가 빠른 속도로 맞부딪히는 곳이라 소용돌이가 생기는 위험한 곳이랜다.

사진으로 찍지는 못했는데, 작은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하는 게 보였다.


그러다가 호수처럼 표면이 잔잔한 곳을 지나기도 한다.

이런 곳이 더 불안하게 느껴지는 건 통상적이지 않은 광경이라서 그렇다.


크든 작든 물결이 출렁거려야 바다다워 보인다.


물이 워낙 맑다 보니 수심이 꽤 깊은 곳인데도 바닥의 모래나 바위 등이 어렴풋이 보인다.


12시 40분 경, 린짜 Rinca 섬 도착


코모도 섬이 아니라 린짜 섬이라...

뭐 린짜 섬에도 코모도 도마뱀이 있긴 하다, 스라이 섬에도 핑크색 모래사장이 있듯.


이쯤 되니 대충 감이 잡힌다.

이 배는 오리지널 투어 코스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까운 루트를 돌기 위해 대체 장소들로 구성한 코스한 코스를 도는 것 같다.

내가 탄 배가 다른 배들에 비해 느리다는 것도 내 추론의 근거 중 하나였다.

마지막 코스인 만타 Manta 포인트를 가는지 여부를 보면 내 생각이 맞는지 알 수 있을 거다.


오리지널 투어 코스가 아니더라도 나로서는 별 상관 없었다.

아니, 가까운 루트를 돈다면 오히려 더 좋다. 원하는 바다.

코모도 지역에서 가보고 싶었던 곳은 빠다르 섬 뿐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빠다르 섬만 느긋하게 둘러보고 돌아오고 싶었다.

코끼리나 기린, 고래처럼 스케일이 다른 크기라면 직접 봤을 때 느끼는 압도감에 의미가 있겠지만, 크다고 해봐야 고작 2~3m 짜리 봐바야 뭐 대단하겠나.

TV에서 본 걸로 충분하다.

초딩이나 겁먹을만한 오버 연기와 특유의 과장 편집으로 충만한 <정글의 법칙>에 실컷 나왔잖나.


아, 생각해보니 여권과 체류허가증도 안챙겨왔다.

바람 솔솔 불어 차양 밑 그늘이 제법 시원하다.

마침 잘됐다 싶어, 린짜 섬 투어는 건너뛰고 그냥 배에서 낮잠이나 잘까 했는데... 입장료를 가이드가 다 걷어서 한꺼번에 내는 시스템이라 신분증 검사 같은 것도 안한다네.
아참, 나 입장료 냈었지?
돈 낸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린짜 섬 투어도 참가하기로 한다.
이눔의 서민 근성이란... ㅋㅋㅋ


입구로 이어진 나무 다리에 악어 출몰 지역이니 조심하라는 팻말이 있다.

코모도 도마뱀 말고 바닷가에 악어도 서식한다고 한다.

물이 워낙 깨끗해서 다이빙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붙였나 보다.


조그마한 사슴 한 마리가 나무 그늘 밑 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

코모도 도마뱀의 사냥감 중 하나다.


국립공원 입구

다 큰 도마뱀이 저 정도 크기인듯.


땡볕 밑으로 2백 미터 정도 걸어가야 한다.

큰 비가 내리면 진창이 되는 지역이라 시멘트로 길을 만든듯 하다.


언덕 위에 정자가 보인다.

느낌이 쎄하다.

설마 여기 직원들 복지를 위해서 저걸 만들었겠나.


코모도 국립공원 관리소 건물

표지판 맨 하단에 쓰여 있는 Loh Buaya 가 코모도 도마뱀을 지칭하는 인니어다.

뭐 이젠 현지인들도 대부분 '코모도 드래곤'이라 하지만.


오오, 깐띤 kantin 이다. +_+ (kantin : 구내 식당, 구내 매점)

시원한 콜라라도 하나 마시고 싶은데...


투어하기 전 사전교육을 해야 하니 일단 다 모이랜다.

단체 투어의 단점이다.


뭐 별 것도 없는 주의사항을 2분 정도 설명하고 나서,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코스 중 고르랜다.

단거리는 30분 가량, 중거리는 45분 가량, 장거리는 1시간 반 가량 걸리고, 추가 비용은 없다. (아마 장거리 코스 돌면 팁 정도는 달라고 하겠지.)

단거리 코스를 선택하고 싶은데, 투어 일행들이 몇 명이 중거리 코스를 하자고 하길레 잠자코 있었다.


코모도 도마뱀이다.

인가 근처에 서식하는 것들은 야생성이 약간 사라졌다고 한다.


숨은 코모도 도마뱀 찾기

사진 속에 총 4마리가 있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식별하기 어렵다.

악어와 비슷하게, 가만히 있다가 사냥감이 근처에 오면 느닷없이 덮치는 방식으로 사냥한다고 한다.

코모도 도마뱀의 외형은 나무뿌리와 구분이 가지 않도록 진화한 것이 아닌가 싶다.


파란색 옷을 입은 사람이 가이드인데, 코모도 도마뱀을 앞에 두고 관광객의 기념사진을 찍어 주고 있다.

구도를 낮춰서 찍으니 가까이에서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멀리 떨어져서 찍는다.


먹이를 찾아 관리소 건물 주변을 배회하는 코모도 도마뱀

그나마 기어다니는 모습을 직접 본 건 이 녀석이 유일하다.


...뭐 코모도 도마뱀도 이만하면 충분히 다 본 거 같으니, 여기서 투어를 관두고 싶었다. ㅋ


섬 안쪽으로 트래킹 시작

저런 곳에 코모도 도마뱀이 있다면 식별이 힘들겠다.


코모도 도마뱀의 사냥감 중 하나인 물소. 야생이다.


지구상 가장 큰 도마뱀이니 최후의 공룡이니 뭐니 하니까, 저런 거대한 물소와 크앙~ 쿠오오~ 하면서 스펙타클하게 물고 뜯고 쿵딱쿵딱 할 거 같지만, 전혀 아니다.

그늘 밑에 나무뿌리처럼 가만히 있다가 가까이 다가오면 뒷다리 한 번 콱 물어버리면 끝이다.

그러고 나서 물소가 도망가면 느긋이 쫓아다니면 된다.

침에 함유된 박테리아가 병을 일으켜 쓰러질 때까지 몇날 몇일이고.

코모도 도마뱀의 사냥 능력은 덩치가 아니라 끈질김과 박테리아, 후각이다.


원래대로라면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코스 모두 사진 왼편의 길로 가야 하지만, 어째서인지 오른쪽에 난 길로 인도를 한다.

아마 초단거리 코스로 돌 모양인데, 뭐 나야 좋지.


저 나무 밑 구덩이가 코모도 도마뱀이 알 낳는 둥지라는데... 알이 없는 구덩이가 볼 게 뭐가 있겠나.


여기도 물소가 있다.

제법 자체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