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태사랑이나 그 외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여 40만 루피아 이하도 많다고 알고 있었지만, 여러모로 친해질 겸 로까 하우스 Lokka House의 하우스 키퍼 구스띠 Gusti 씨를 통해 하게 되었다.
부르는 가격은 70만 루피아에 깎아서 50만 루피아였다.
생각보다 많이 비쌌지만, 내미는 찌라시를 보니 외국인 상대로 보험까지 들어 있다는 글귀를 읽고 그냥 하기로 했다.
그러나...
레프팅 시작 집결 장소 겸 접수 사무실.
픽업 승합차 기사 아저씨가 접수대에 가서 뭐라 귓속말을 전하면서 돈을 찔러 준다.
잘못 본게 아니라면 42만 5천 루피아였다.
즉, 7만 5천 루피아는 기사와 구스띠 씨가 슥삭 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돈은 정상 입금되느냐 하면, 접수 받는 남자의 남방 주머니로 들어가 나올 줄을 모르는 것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결절정으로, 영수증 따위는 주지도 않는다.
그렇다. 보험은 커녕, 나는 무자료 탑승자였던 것이다.
뭐 그래도 레프팅 업체 중에서 가장 좋은 곳이고 최장거리라니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안넘어가면 물러달라고나 할까. 야매가 다 그런거지... ㅋㅋ
논두렁을 가로질러 천변으로 간다.
한국 같으면 벌써 논이고 밭이고 다 밀어내고 공구리 때려서 주차장과 사무실 멋지게 차렸겠지만, 논일하는 농부는 일단의 외국인 떼거리에겐 관심 없고 제 일만 할 뿐이다.
다국적군들이 와글와글 떠들어 대는 북새통이다.
놀랍게도 어떤 일본 아가씨 두 명은 재료가 상당히 적게 들었을 듯한 비키니를 입어 주셔서, 남자는 동양이든 서양이든 다 똑같은 생물들이라는 일체감을 조성시켜 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나 일본이 좀 좋아진듯 하다.
일본에 가면 레프팅 꼭 해줘야겠다는 염원이 하트에 저절로 각인된다.
아, 사진 오른 쪽에서 두 번째 줄무늬 빤스 아가씨가 그 둘 중 한 명이다.
등판에 뜰라가 와자 어드벤쳐 Telaga Waja Adventure 라고 붙은 레프팅 업체가 이 코스를 관장하는 업체다.
레프팅 관리 업체와 모집하는 여행사가 별개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하류 따라 내려가면서 다른 업체의 출발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보아, 각 업체는 출발 지역을 독점하여 관리하는 듯 하다.
빨리 안오고 뭔 사진질이냐고 우리 팀 리더가 꼬나보고 있다.
그럭저럭 영어 좀 하는 리더였는데, 난 인니말이 더 편하다고 했더니, 이런 저런 말을 붙인다.
그러다 결국 덧붙이는 말이, 휴게소 가면 맥주 한 캔 사란 소리다. -_-;
영어로 그런 소리는 못하는지 나한테만 그 소리다.
중간 휴식처인 폭포.
이 곳 역시 다른 레프팅 업체 팀들은 지나치는 것으로 보아, 레프팅 업체마다 독립적으로 조성 운영하는 모양이었다.
단조로운 패키지에 약간이나마 변화를 주려는 노력...이라고 보기엔 그닥 폭포가 멋지진 않았다.
맥주나 음료수로 매상 더 뜯어 내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이라 생각된다.
캔맥주를 파는데 무려 2만 5천 루피아다. (일반 가격의 두 배)
혹시 몰라 달랑 5만 루피아 가져왔는데, 뭔 일이 있을 줄 알고 리더 것까지 탈탈 털어 사주나.
그래서 모른척 내 것만 사서 먹었는데, 그 때부터 나를 대하는게 티나게 까칠해진다.
너무 노골적으로 태도가 변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렇다. 인니는 가격만 세계적 기준일 뿐, 서비스는 인니 기준이다.
폭포 찍다 우연히 찍힌 오른 쪽의 파란 바지 인도계 아가씨... 나중에 우리 보트랑 부딪혀서 보트 뒤집혀 버리는 바람에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물살이 꽤 센 곳이었는데, 서질 못하고 넘어져 약 5미터 정도 떠내려 갔다.
남 봉변에 이러는 건 좀 실례지만 좀 웃겼던 것이, 그 팀 리더가 잡아서 겨드랑이 밑에 팔을 넣어 일으키는데 놀라 기절한 듯 축 늘어져 있었다.
문제는... 물 깊이가 그 팀 리더 기준으로 무릎 조금 위 정도 깊이였다는 거. -_-;
방수카메라가 아닌 관계로 사진은 못 찍었지만, 정말 환상적인 경치였다.
단 한 번도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았을 것 같은 울창한 숲과 절벽, 그리고 간간히 그 절벽에서 떨어지는 수량은 적지만 높은 폭포들... 그저 자연에 압도되어서 멍하니 바라보게 만든다.
그러다가도 놀랍게도 간혹 뜬금없이 강변에 밭을 일구고 있는 농부의 모습도 보였다.
열대 밀림을 처음으로 탐험하는 모험가가 된듯 한 기분이랄까, 비싸지만 않으면 몇 번이고 또 하고 싶은 멋진 경험이었다.
놀이동산의 무슨무슨 어드벤쳐 하는 어트랙션 열차들이 이걸 모티프로 하지 않았나 싶은데, 그 스케일은 하늘과 땅 차이다.
코스의 마지막은 사진의 다리 밑에 보이는 5미터 높이의 낙차를 내려오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고작 5미터지만 떨어지기 직전까지 낙하지점이 보이지 않아 그 박진감은 장난 아니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나오는 커다란 폭포 떨어지는 장면 보면 오 멋진데 하는데, 직접 겪어보니... 배우들이 웃기려고 오버한 거 아니었다.
쉣, 왓 더 헬, 오 마이 갓, 뻐억~~! 이 절로 나온다.
이 레프팅 코스의 흠이라면, 끝나고 탈의실 겸 샤워장까지 많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샤워장 겸 탈의실 겸 화장실도 발리답게 신을 모시는 제단이 있다.
샤워장은 다리 밑 부근부터 이 만큼의 높이에 있다.
우리 팀 리더 돈밝힘이.
레프팅 끝날 즈음부터 팁 소리를 달고 살더니, 계단 오를 때도 그 소리다.
에라 찌질한 넘, 맥주 사고 남은 돈 2만 5천 루피아 중에 2만 루피아를 팁으로 줬다.
만 루피아면 충~분한데, 2만 루피아 짜리 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줬는데... 아, 실수였다.
이 레프팅 코스의 다른 흠이라면, 샤워장에서 점심을 제공하는 식당까지 또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꽤. 많이.
식당에서 바라 본 정경.
경치는 좋다만, 그만한 댓가를 치뤄야 했다.
제공되는 식사는 부페식이었다.
구스띠 말로는 매우 훌륭한 호텔급 식사라고 했는데... 니가 말한 그 호텔이 경기도 고양시의 삼선장 모텔은 아니겠지?
볶음밥에 일가견있다고 자부하는 내 평가에 따르면 중하급이다.
거기다 확 깨는 사실.
식사는 페키지 포함이지만, 음료수는 불포함이라는 것, 물도 파는 것 밖에 없다... -_-;;;;
전세계 조식 제공하는 호텔들을 통털어 봐도, " 손님, 음료수는 구매하셔야 합니다." 하는 호텔이 어딨냐!!!
업체와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계약한 대신에 음료수로 매출을 올리는 시스템인 모양인데, 참으로 개떡 같다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제일 싼 가격인 물도 무려 만 루피아 (일반가의 4배), 내 수중엔 달랑 5천 루피아 밖에 없었다.
아, 이런 Sea Bali...
할 수 없이, 맛대가리 더럽게 없는 옥수수국로 퍽퍽함과 갈증을 달래가며 먹어야 했다.
국맛은 그럭저럭 참을 만 했는데, 종업원들의 뭔가 측은해 보이는 눈초리는 참기 힘들었다.
(야 이 것들아, 내 레프팅 페키지 가격이 니네 한 달 월급이란 말이다. ㅠ_ㅠ)
그래도 꿋꿋하게 그 와중에도 물질하느라 허기져서 밥은 세 번 가져다 먹었다.
더욱 불쌍해 보였을지도... -_-;
이 레프팅 코스의 또 다른 흠이라면, 우릴 태워갈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는 곳까지 또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지금껏 올라온 것보다 더 많이... -_-;
오르다 보니 인니의 시골 가옥도 눈에 뜨인다.
이렇게만 보면 한국의 어디 산골 같아 보이기도 한다.
밥 먹은 거 소화 잘 시키라는 배려 잘 누리고 정상에 올랐다.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보이자, 눈물이 핑 돈다.
역시 난 도시남자였던 모양이다.
집 나갔던 며느리보다 반갑게도 (응?) 꼭데기의 이 매점에서는 물을 5천 루피아에 팔고 있었다.
원효대사 해골물 급의 감동을 받고 열반에 들 뻔 했다.
레프팅 후 돌아가는 픽업 차량들 집결 포인트인데... 그냥 산골 마을 길목이다.
잠시 내 복에 겨운 저질체력에 대한 반성과 삶의 불공평에 대한 반성의 기회를 맞게 되었다.
내가 그리도 힘들게 빈 몸뚱이로 허덕허덕 올라 온 그 길을,
이 왜소한 아저씨 같은 사람들과...
(용달차에서 정리하고 있는 짐(고무보트 바람 뺀 것)이 이 아저씨가 혼자 이고 온 것이다.)
저 키 작은 아줌마 (혹은 할머니)는 고무보트며 노 등 각종 장구를 이고 올라왔다.
어떤 140이나 채 될까 한 왜소한 아줌마는 자기 덩치 두 배 반은 넘어 보이는 고무보트 짐을 이고 왔다.
세상에, 고무보트라니...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kg은 넘을텐데...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다 눈이 마주쳤는데, 그냥 숨만 씩씩 쉴 뿐, 무표정하게 지나친다.
그리고 짐을 차에 부리고 동료 아줌마와 뭐라 대화를 나누며 웃는다.
그렇게 나르고 품삯은 얼마나 받을까,
그렇게 번 품삯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그렇게 나르면서, 돈의 힘으로 몸만 와서 실컷 누리고 허덕허덕 길을 올라 힘들다 늘어진 외국 부자 돼지들이 그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그렇게 누리는 주제에 할 생각은 아니지만,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내 고됨으로 번 돈이 저 사람들의 고됨으로 번 돈들 보다 많다 하여, 내가 더 힘들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까, 내 노동이 더 가치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가 인간의 본성에 그나마 가장 맞는 차선의 체제라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누군가가 누린다는 것은 누군가는 누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풍요롭다는 것은 누군가는 풍요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애초에 자본주의는 모두가 풍요로와서는 성립될 수 없는 체제다.
(이런 소리 하면, 자본주의가 무슨 절대선인 양 신봉하는 인간들이 좌익 빨갱이라고 욕 하겠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똑같은 노동에 비해, 어떤 국가의 국민들의 댓가가 더 풍요롭다는 것은, 다른 어떤 국가의 국민들의 댓가를 그만큼 앗았다는 것이다.
그저 나은 나라 태어났다는 이유 만으로.
그렇다고 NGO 활동가들처럼 직접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까지는 강요할 바 아니지만, 적어도 인식 정도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원형을 알 수 없게 깨끗하게 정육된 쇠고기를 사다 먹는다고 해서, 그 소가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없던 것으로 부인할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베풀라는 것도 아니고, 채식주의자가 되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렇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내가 우월한 덕분이라는 생각 만은 하지 말자.
겸손해지자,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에.
그런저런 생각들을 던져주고 그들은 다시 길을 따라 상류로 향했다.
다음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그들은 그렇게 일상을 꾸려 나가고 있었다.
각자의 승객들을 기다리며 당구를 치고 있는 기사들.
그들과는 또 다른 삶도 있었다.
그늘에서 노닥노닥, 음료수 마셔가며, 당구도 치고...
이런 감정은 왜곡일 뿐이다.
못한 처지를 보고 불편한 마음을, 그 보다 나은 처지를 대비시켜 욕하며 편해지려고 하는 왜곡.
원래 세상이 그렇게 생겨 먹은 거, 보고 편하든 불편하든 다 내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뿐이다.
그냥 산은 산으로 보고 물은 물로 보면 될 일이지만... 그게 쉬우면 세상이 이렇게 생겨 먹었겠나.
좀 앉을까 자리를 살피다 기겁을 하게 만든 괴생명체들.
개미떼였다.
나중에 롬복에서도 보게 된 놈들인데, 보통 개미들처럼 줄지어 빨빨거리고 다니지 않고, 느릿느릿 스물스물 기어다니는 데다, 한 덩어리를 이뤄 꿈지럭 거리는 모습이 무지 징그러웠다.
바로 옆을 손이나 발로 위협해도 반응이 거의 없다.
* 레프팅 완전 강추입니다. +_+b
발리에 오신다면 꼭 해보세요.
꾸따와 우붓을 모두 여행할 계획이라면, 우붓에서 레프팅을 계약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가깝기도 하고 약간 더 쌉니다.
적어도 셋 이상의 여행사를 들러 가급적이면 싼 것을 선택하세요.
가격에 따른 질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여행사 마다 가격이 다른 이유는, 여행사가 더 남기고 덜 남기고 때문이라기 보다는, 연계된 레프팅 업체가 다르다는 이유가 더 큰 것 같습니다.
레프팅 업체마다 출발점이 각기 다르지만, 그 사이에 대단할 코스랄 것도 없습니다.
뜰라가 와자 강이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데 보험 걱정할 정도로 위험한 곳도 없구요.
** 팁 따위는 전혀 줄 필요 없습니다. 무의미 합니다.
대부분 어떻게든 눈치를 준 텐데, 그냥 뭔 말인지 모르겠다 하고 있으면 됩니다.
서양 사람들이 그런거 잘 하더군요. 영어라서 못 알아 들을 리 없는데도 아예 못 들은 양 반응이 전혀 없더라구요. ㅋㅋ
*** 소지품은 픽업 차량에 싣는 것이 아니라, 보트의 방수가방에 넣어 같이 다닙니다.
작은 배낭이나 손가방 들어 갈 정도는 넉넉하니, 너무 짐 아끼실 필요 없습니다.
(중간 이상 배낭은 좀 부담스러움)
신발은 샌들이나 크룩스 같은 것이 딱 좋습니다.
운동화로 가서 방수 가방에 넣고 맨발로 탈 수도 있긴 한데 바위에 발을 다칠 수도 있습니다.
슬리퍼나 조리는 벗겨져서 분실되는 위험이 좀 있어서 많이 신경쓰입니다.
햇빛 꽤 강하고 오래 쬐어야 하니 대책 필요하신 분은 단단히 하세요.
**** 레프팅 처음 하시는 분도 상관 없습니다.
영어도 거의 몰라도 되구요.
통제는 영어로 하는데, 그냥 구령 외우는 셈 치고 따라 하면 됩니다.
양 쪽 다 젓기, 왼 쪽 젓기, 오른 쪽 젓기, 몸 눕히기 (나무가 가끔 낮게 가로질로 쓰러져 있음), 몸 일으키기, 밧줄 꽉 잡기.
요것만 외우면 됩니다. 참 쉽죠?
***** 혼자 신청하셔도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일행과 즐기는 것이 더 재미있겠지만, 한국의 레프팅처럼 팀웍을 강조하거나 하진 않거든요.
가끔 통제에 따라 행동하는 것 말고는, 유유히 떠내려가면서 그저 경치 구경하는 식입니다.
부르는 가격은 70만 루피아에 깎아서 50만 루피아였다.
생각보다 많이 비쌌지만, 내미는 찌라시를 보니 외국인 상대로 보험까지 들어 있다는 글귀를 읽고 그냥 하기로 했다.
그러나...
레프팅 시작 집결 장소 겸 접수 사무실.
픽업 승합차 기사 아저씨가 접수대에 가서 뭐라 귓속말을 전하면서 돈을 찔러 준다.
잘못 본게 아니라면 42만 5천 루피아였다.
즉, 7만 5천 루피아는 기사와 구스띠 씨가 슥삭 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돈은 정상 입금되느냐 하면, 접수 받는 남자의 남방 주머니로 들어가 나올 줄을 모르는 것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결절정으로, 영수증 따위는 주지도 않는다.
그렇다. 보험은 커녕, 나는 무자료 탑승자였던 것이다.
뭐 그래도 레프팅 업체 중에서 가장 좋은 곳이고 최장거리라니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안넘어가면 물러달라고나 할까. 야매가 다 그런거지... ㅋㅋ
논두렁을 가로질러 천변으로 간다.
한국 같으면 벌써 논이고 밭이고 다 밀어내고 공구리 때려서 주차장과 사무실 멋지게 차렸겠지만, 논일하는 농부는 일단의 외국인 떼거리에겐 관심 없고 제 일만 할 뿐이다.
다국적군들이 와글와글 떠들어 대는 북새통이다.
놀랍게도 어떤 일본 아가씨 두 명은 재료가 상당히 적게 들었을 듯한 비키니를 입어 주셔서, 남자는 동양이든 서양이든 다 똑같은 생물들이라는 일체감을 조성시켜 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나 일본이 좀 좋아진듯 하다.
일본에 가면 레프팅 꼭 해줘야겠다는 염원이 하트에 저절로 각인된다.
아, 사진 오른 쪽에서 두 번째 줄무늬 빤스 아가씨가 그 둘 중 한 명이다.
등판에 뜰라가 와자 어드벤쳐 Telaga Waja Adventure 라고 붙은 레프팅 업체가 이 코스를 관장하는 업체다.
레프팅 관리 업체와 모집하는 여행사가 별개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하류 따라 내려가면서 다른 업체의 출발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보아, 각 업체는 출발 지역을 독점하여 관리하는 듯 하다.
빨리 안오고 뭔 사진질이냐고 우리 팀 리더가 꼬나보고 있다.
그럭저럭 영어 좀 하는 리더였는데, 난 인니말이 더 편하다고 했더니, 이런 저런 말을 붙인다.
그러다 결국 덧붙이는 말이, 휴게소 가면 맥주 한 캔 사란 소리다. -_-;
영어로 그런 소리는 못하는지 나한테만 그 소리다.
중간 휴식처인 폭포.
이 곳 역시 다른 레프팅 업체 팀들은 지나치는 것으로 보아, 레프팅 업체마다 독립적으로 조성 운영하는 모양이었다.
단조로운 패키지에 약간이나마 변화를 주려는 노력...이라고 보기엔 그닥 폭포가 멋지진 않았다.
맥주나 음료수로 매상 더 뜯어 내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이라 생각된다.
캔맥주를 파는데 무려 2만 5천 루피아다. (일반 가격의 두 배)
혹시 몰라 달랑 5만 루피아 가져왔는데, 뭔 일이 있을 줄 알고 리더 것까지 탈탈 털어 사주나.
그래서 모른척 내 것만 사서 먹었는데, 그 때부터 나를 대하는게 티나게 까칠해진다.
너무 노골적으로 태도가 변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렇다. 인니는 가격만 세계적 기준일 뿐, 서비스는 인니 기준이다.
폭포 찍다 우연히 찍힌 오른 쪽의 파란 바지 인도계 아가씨... 나중에 우리 보트랑 부딪혀서 보트 뒤집혀 버리는 바람에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물살이 꽤 센 곳이었는데, 서질 못하고 넘어져 약 5미터 정도 떠내려 갔다.
남 봉변에 이러는 건 좀 실례지만 좀 웃겼던 것이, 그 팀 리더가 잡아서 겨드랑이 밑에 팔을 넣어 일으키는데 놀라 기절한 듯 축 늘어져 있었다.
문제는... 물 깊이가 그 팀 리더 기준으로 무릎 조금 위 정도 깊이였다는 거. -_-;
방수카메라가 아닌 관계로 사진은 못 찍었지만, 정말 환상적인 경치였다.
단 한 번도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았을 것 같은 울창한 숲과 절벽, 그리고 간간히 그 절벽에서 떨어지는 수량은 적지만 높은 폭포들... 그저 자연에 압도되어서 멍하니 바라보게 만든다.
그러다가도 놀랍게도 간혹 뜬금없이 강변에 밭을 일구고 있는 농부의 모습도 보였다.
열대 밀림을 처음으로 탐험하는 모험가가 된듯 한 기분이랄까, 비싸지만 않으면 몇 번이고 또 하고 싶은 멋진 경험이었다.
놀이동산의 무슨무슨 어드벤쳐 하는 어트랙션 열차들이 이걸 모티프로 하지 않았나 싶은데, 그 스케일은 하늘과 땅 차이다.
코스의 마지막은 사진의 다리 밑에 보이는 5미터 높이의 낙차를 내려오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고작 5미터지만 떨어지기 직전까지 낙하지점이 보이지 않아 그 박진감은 장난 아니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나오는 커다란 폭포 떨어지는 장면 보면 오 멋진데 하는데, 직접 겪어보니... 배우들이 웃기려고 오버한 거 아니었다.
쉣, 왓 더 헬, 오 마이 갓, 뻐억~~! 이 절로 나온다.
이 레프팅 코스의 흠이라면, 끝나고 탈의실 겸 샤워장까지 많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샤워장 겸 탈의실 겸 화장실도 발리답게 신을 모시는 제단이 있다.
샤워장은 다리 밑 부근부터 이 만큼의 높이에 있다.
우리 팀 리더 돈밝힘이.
레프팅 끝날 즈음부터 팁 소리를 달고 살더니, 계단 오를 때도 그 소리다.
에라 찌질한 넘, 맥주 사고 남은 돈 2만 5천 루피아 중에 2만 루피아를 팁으로 줬다.
만 루피아면 충~분한데, 2만 루피아 짜리 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줬는데... 아, 실수였다.
이 레프팅 코스의 다른 흠이라면, 샤워장에서 점심을 제공하는 식당까지 또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꽤. 많이.
식당에서 바라 본 정경.
경치는 좋다만, 그만한 댓가를 치뤄야 했다.
제공되는 식사는 부페식이었다.
구스띠 말로는 매우 훌륭한 호텔급 식사라고 했는데... 니가 말한 그 호텔이 경기도 고양시의 삼선장 모텔은 아니겠지?
볶음밥에 일가견있다고 자부하는 내 평가에 따르면 중하급이다.
거기다 확 깨는 사실.
식사는 페키지 포함이지만, 음료수는 불포함이라는 것, 물도 파는 것 밖에 없다... -_-;;;;
전세계 조식 제공하는 호텔들을 통털어 봐도, " 손님, 음료수는 구매하셔야 합니다." 하는 호텔이 어딨냐!!!
업체와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계약한 대신에 음료수로 매출을 올리는 시스템인 모양인데, 참으로 개떡 같다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제일 싼 가격인 물도 무려 만 루피아 (일반가의 4배), 내 수중엔 달랑 5천 루피아 밖에 없었다.
아, 이런 Sea Bali...
할 수 없이, 맛대가리 더럽게 없는 옥수수국로 퍽퍽함과 갈증을 달래가며 먹어야 했다.
국맛은 그럭저럭 참을 만 했는데, 종업원들의 뭔가 측은해 보이는 눈초리는 참기 힘들었다.
(야 이 것들아, 내 레프팅 페키지 가격이 니네 한 달 월급이란 말이다. ㅠ_ㅠ)
그래도 꿋꿋하게 그 와중에도 물질하느라 허기져서 밥은 세 번 가져다 먹었다.
더욱 불쌍해 보였을지도... -_-;
이 레프팅 코스의 또 다른 흠이라면, 우릴 태워갈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는 곳까지 또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지금껏 올라온 것보다 더 많이... -_-;
오르다 보니 인니의 시골 가옥도 눈에 뜨인다.
이렇게만 보면 한국의 어디 산골 같아 보이기도 한다.
밥 먹은 거 소화 잘 시키라는 배려 잘 누리고 정상에 올랐다.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보이자, 눈물이 핑 돈다.
역시 난 도시남자였던 모양이다.
집 나갔던 며느리보다 반갑게도 (응?) 꼭데기의 이 매점에서는 물을 5천 루피아에 팔고 있었다.
원효대사 해골물 급의 감동을 받고 열반에 들 뻔 했다.
레프팅 후 돌아가는 픽업 차량들 집결 포인트인데... 그냥 산골 마을 길목이다.
잠시 내 복에 겨운 저질체력에 대한 반성과 삶의 불공평에 대한 반성의 기회를 맞게 되었다.
내가 그리도 힘들게 빈 몸뚱이로 허덕허덕 올라 온 그 길을,
이 왜소한 아저씨 같은 사람들과...
(용달차에서 정리하고 있는 짐(고무보트 바람 뺀 것)이 이 아저씨가 혼자 이고 온 것이다.)
저 키 작은 아줌마 (혹은 할머니)는 고무보트며 노 등 각종 장구를 이고 올라왔다.
어떤 140이나 채 될까 한 왜소한 아줌마는 자기 덩치 두 배 반은 넘어 보이는 고무보트 짐을 이고 왔다.
세상에, 고무보트라니...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kg은 넘을텐데...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다 눈이 마주쳤는데, 그냥 숨만 씩씩 쉴 뿐, 무표정하게 지나친다.
그리고 짐을 차에 부리고 동료 아줌마와 뭐라 대화를 나누며 웃는다.
그렇게 나르고 품삯은 얼마나 받을까,
그렇게 번 품삯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그렇게 나르면서, 돈의 힘으로 몸만 와서 실컷 누리고 허덕허덕 길을 올라 힘들다 늘어진 외국 부자 돼지들이 그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그렇게 누리는 주제에 할 생각은 아니지만,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내 고됨으로 번 돈이 저 사람들의 고됨으로 번 돈들 보다 많다 하여, 내가 더 힘들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까, 내 노동이 더 가치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가 인간의 본성에 그나마 가장 맞는 차선의 체제라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누군가가 누린다는 것은 누군가는 누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풍요롭다는 것은 누군가는 풍요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애초에 자본주의는 모두가 풍요로와서는 성립될 수 없는 체제다.
(이런 소리 하면, 자본주의가 무슨 절대선인 양 신봉하는 인간들이 좌익 빨갱이라고 욕 하겠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똑같은 노동에 비해, 어떤 국가의 국민들의 댓가가 더 풍요롭다는 것은, 다른 어떤 국가의 국민들의 댓가를 그만큼 앗았다는 것이다.
그저 나은 나라 태어났다는 이유 만으로.
그렇다고 NGO 활동가들처럼 직접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까지는 강요할 바 아니지만, 적어도 인식 정도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원형을 알 수 없게 깨끗하게 정육된 쇠고기를 사다 먹는다고 해서, 그 소가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없던 것으로 부인할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베풀라는 것도 아니고, 채식주의자가 되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렇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내가 우월한 덕분이라는 생각 만은 하지 말자.
겸손해지자,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에.
그런저런 생각들을 던져주고 그들은 다시 길을 따라 상류로 향했다.
다음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그들은 그렇게 일상을 꾸려 나가고 있었다.
각자의 승객들을 기다리며 당구를 치고 있는 기사들.
그들과는 또 다른 삶도 있었다.
그늘에서 노닥노닥, 음료수 마셔가며, 당구도 치고...
이런 감정은 왜곡일 뿐이다.
못한 처지를 보고 불편한 마음을, 그 보다 나은 처지를 대비시켜 욕하며 편해지려고 하는 왜곡.
원래 세상이 그렇게 생겨 먹은 거, 보고 편하든 불편하든 다 내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뿐이다.
그냥 산은 산으로 보고 물은 물로 보면 될 일이지만... 그게 쉬우면 세상이 이렇게 생겨 먹었겠나.
좀 앉을까 자리를 살피다 기겁을 하게 만든 괴생명체들.
개미떼였다.
나중에 롬복에서도 보게 된 놈들인데, 보통 개미들처럼 줄지어 빨빨거리고 다니지 않고, 느릿느릿 스물스물 기어다니는 데다, 한 덩어리를 이뤄 꿈지럭 거리는 모습이 무지 징그러웠다.
바로 옆을 손이나 발로 위협해도 반응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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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라가 와자 강이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데 보험 걱정할 정도로 위험한 곳도 없구요.
** 팁 따위는 전혀 줄 필요 없습니다. 무의미 합니다.
대부분 어떻게든 눈치를 준 텐데, 그냥 뭔 말인지 모르겠다 하고 있으면 됩니다.
서양 사람들이 그런거 잘 하더군요. 영어라서 못 알아 들을 리 없는데도 아예 못 들은 양 반응이 전혀 없더라구요. ㅋㅋ
*** 소지품은 픽업 차량에 싣는 것이 아니라, 보트의 방수가방에 넣어 같이 다닙니다.
작은 배낭이나 손가방 들어 갈 정도는 넉넉하니, 너무 짐 아끼실 필요 없습니다.
(중간 이상 배낭은 좀 부담스러움)
신발은 샌들이나 크룩스 같은 것이 딱 좋습니다.
운동화로 가서 방수 가방에 넣고 맨발로 탈 수도 있긴 한데 바위에 발을 다칠 수도 있습니다.
슬리퍼나 조리는 벗겨져서 분실되는 위험이 좀 있어서 많이 신경쓰입니다.
햇빛 꽤 강하고 오래 쬐어야 하니 대책 필요하신 분은 단단히 하세요.
**** 레프팅 처음 하시는 분도 상관 없습니다.
영어도 거의 몰라도 되구요.
통제는 영어로 하는데, 그냥 구령 외우는 셈 치고 따라 하면 됩니다.
양 쪽 다 젓기, 왼 쪽 젓기, 오른 쪽 젓기, 몸 눕히기 (나무가 가끔 낮게 가로질로 쓰러져 있음), 몸 일으키기, 밧줄 꽉 잡기.
요것만 외우면 됩니다. 참 쉽죠?
***** 혼자 신청하셔도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일행과 즐기는 것이 더 재미있겠지만, 한국의 레프팅처럼 팀웍을 강조하거나 하진 않거든요.
가끔 통제에 따라 행동하는 것 말고는, 유유히 떠내려가면서 그저 경치 구경하는 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