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Bandung 온천 여행] 01. (2009.11.06~07)

명랑쾌활 2010. 1. 26. 09:51

학교 - 집 만 왔다갔다 하면서 공부한다면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어느 정도 수업에 적응되어 가는 시점에서 우리 반 사람들끼리 반둥에 갈 계획을 세워 보았다.
제법 호응이 좋아서 십여명이 가는 것으로 계획 잡고 렌트카도 진행하는데, 역시나 출발일이 가까워지면서 못간다는 사람이 늘면서, 결국 가장 친한 JC형님, 원, 히데키와 나, 이렇게 넷이서 가게 되었다.
이번 행사를 추진하면서 느꼈는데 일본인은 약속에 신중한 편이지만 확실히 약속한 경우엔 꼭 지키는 편이었고, 한국인은 약속은 쉽게 하지만 취소도 쉽게 하는 편이었다.
나이가 많고 사회 경험이 많을수록 그런 경향이 적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그런 경향이 심했다.
못되쳐먹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뭐가 폐끼치는 행동인지 개념 자체를 모르는 듯 싶다.
특히, 가기 전날 뻔히 눈에 보이는 거짓 핑계를 대면서 취소했던 자랑스런 한국의 청년은, 나로 하여금 한동안 잊고 있었던 한국의 다채로운 육두문자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숙소나 랜트카 예약은 어쩌란 말이냐, 개떡같은...

아, 물론 이런 단편적인 경험으로 한국인은 어떻다, 일본인은 저떻다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취소한 것이 다 한국인이면 어쩌란 말이냐.
앞으로 비슷한 일을 추진할 때, 어느 나라 사람이냐에 따라 내가 미리 대비를 하게 될 것이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자카르타 - 반둥 고속도로의 주유소 겸 휴게소.
주유소 건물 구조야 어느 나라나 엇비슷하지만, 특히나 SK스러운 색과 디자인이다.

우리 나라의 주유소는 하나의 건물에 여러 가게들이 부스로 나누어져 있다면, 인니는 자잘한 독립형 구조의 건물들이 단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속도로 가의 요상하게 자라는 나무들.
왠지 만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풍경이다.

5년에 걸쳐 산을 밀어가며 완성한 자카르타 - 반둥 간 고속도로.
덕분에 반둥까지의 여정이 편하고 빨라졌다고 한다.
인니 지도를 보면 족자까지 고속도로가 놓여질 예정이지만, 그게 언제 완공될 것인가는 아무도 모른다.
아니, 완공이 되긴 할까도 모른다고 한다.

급작스럽게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반둥 시내의 모습.
베트남과도, 태국과도 비슷하면서도 다른 풍경이다.
사철 우리 나라의 가을 날씨라 휴양도시로도 알려져있는데, 도심은 혼잡하고 활기가 넘친다.
그냥 관광만으로 꾸려지는 곳이 아니고, 전통적으로 섬유 산업이 발달한 공업도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적한 휴양지역은 외각에 있다.

꼬불꼬불 산을 올라 간다.
사진 속 오토바이들의 기울기를 보면 느낌이 올런지 모르겠는데, 저런 구불구불한 도로를 무지막지한 속도로 다닌다.
내 감각으로는 절대 그렇게 달려서는 안되는 속도로 달려서, 스릴감 씨발 킹왕짱이었다.

오르막이 끝날 즈음에 있는 앙꼿 정류장에 모여있는 불량 꿈나무들.
나름 불량해 보이는 복장에 침 잘 뱉게 생긴 계집애들도 두엇 끼어 있고... 어디가나 비슷한가 보다.
지들이 제법 큰 바닥에 대단하게 노는 줄 알고 있을 나이다.
나도 저 땐 제법 좋았다고 까불거렸는데, 모르면 더 행복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게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내리막 시작.
미친듯한 광란의 질주 덕에 운전사를 때려 주고 싶은걸 겨우 참았다.

이런 길을...

이렇게 달린다.
지가 무슨 후지와라 탁미인줄 아나 보다.
그럼 우린 두부냐? -_-;

말도 다닌다.
그리고... 말고기 꼬치도 판다. -ㅂ-

그리고 도착한 스파 리조트.
중상류층을 상대하는 곳이기 때문에 제법 그럴듯 하다.
영어도 약간은 통한다.

이런 식의 독립 방갈로 구조로 되어있다.
그 외에 호텔, 펜션 형태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묵었던 방갈로.

내부는 이렇다.
훈남 히데키의 코믹한 포즈.
키 크고, 잘생기고, 착하고, 좋은 회사 다니고, 취미는 서핑... 단점이라곤 여친이 있다는 것 정도?
...우울해 진다. ㅠ_ㅠ

무슬림이 90%인 나라답게 리조트 내에서는 주류 일체를 팔지 않는다.
팔아도 비싸서 살 생각 없었다만.
근처 알파마트(우리 나라의 편의점 형식인데, 밤 10시면 닫음.)에 가서 술이란 술은 다 쓸어 담았다.
점원들이 미친 술주정뱅이 외국인들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저걸 다 쳐마신단 말인가? 하는 표정으로.

길 건너편 식당에서도 구경 중.

반둥은 순다족의 본거지.
순다 음식 잘하는 곳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추천해준 식당 <방 준>
방은 오빠, 형, 준은 이름, <준 오빠> 정도?
인니에서는 식당 이름으로 삼식이 아저씨, 삼순이 아줌마 등등이 보통 쓰인다.

내부는 대략 이런 분위기.
그럴듯 한데, 플라스틱 의자는 좀...
인니는 항상 마무리가 좀 부족하다.

착한 가격의 음식들.
저 숫자에서 0 하나 빼고 10% 정도 붙인 가격이 원화와 대충 비슷하다.
아, 아니다. 사상 최고의 수출 호황이라는 죤나게 멋진 대한민국 꼬라지 덕택에 30% 정도 붙여야 맞겠다.
그나저나 수출 호황이라서 살림살이 나아지고 일자리 풍풍 생겼나 모르겠다.
황송하옵게도 우리나라 먹여 살려 주신다는 삼성전자께서 작년 매출 136조원으로 사상 최대라는데, 그럼 신입사원도 사상 최대로 한 10만명 뽑나?
아마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고용시장이나 닐리리야~겠지.
우리 이제, 수출액이라는 숫자에 현혹되지 좀 말자.

인터넷으로 사전조사 했을 때, 순다족 대표 음식으로 ' 구라메 튀김'이 있다길레 그걸 시켰다.
뭐 그냥... 구라메 라는 물고기 튀긴 것에 소스를 뿌렸을 뿐이다.
원화로 3천 얼마 정도 하길레 1인당 하나씩 시키려고 했더니, 한 마리면 넷이서 충분히 먹는다며 말린다.
(이런 양심적인 행동, 흔하지 않다.)
소식하는 인니인 기준이라는 걸 알기에, 닭꼬치와 염소꼬치를 추가로 시켰다.

빠나나 잎에 쌓인 무엇인가를 펴보니, 주먹밥이 나온다.
우리 나라 밥을 저래 놓으면 떡지겠지만, 안남미는 그렇지 않다.
컵을 달라고 해서 알파마트에서 산 맥주를 까서 신나게 먹고 마셨다.
인니에서는 음식물이나 음료수를 가지고 다른 식당에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굳이 해석하자면, ' 우리 가게의 물건도 팔아 주어서 감사합니다.' 정도?
아, 물론 술집에 술 들고 가는건 좀...
안주거리 들고 술집 가는건 괜찮다.